44. 시한부 종말론의 실체는 무엇인가(1)
네티즌을 위한 알기 쉬운 기독교 (44)
시한부 종말론의 실체는 무엇인가①
■ 2012년에 지구가 멸망한다는 설이 유포되는데 기독교적 관점에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 1992∼93년에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시한부 종말론’ 사건은 어떠한 근거에서 나온 것인지 궁금합니다.
전적으로 다음 세상만 추구하는 병든 신앙
인류 종말의 현실적 가능성
20여년 전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시한부 종말론 광풍으로 우리 국민은 ‘종말’이란 단어에 보다 익숙해졌습니다.
종말(終末)을 말할 때 두 가지 차원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개인의 종말과 인류공동체의 종말이 그것입니다. 개인의 종말은 육체적 죽음을 뜻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육체적 생명의 종말을 맞이합니다. 생명과학의 발달로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지만 영생불사(永生不死)할 수는 없습니다.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해진”(히 9:27) 일이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인류공동체의 종말입니다. 흔히 종말론을 말할 때 대다수 사람들은 개인의 종말보다는 인류공동체의 종말, 지구의 종말, 또는 우주적 종말을 생각하지요.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우리가 인류의 종말을 상상하는 데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흔히 공상과학 만화에서 그리는 식의 우주전쟁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지구인보다 훨씬 과학문명이 발달된 외계인들이 UFO를 타고 지구를 공격해 옴으로써 지구가 멸망하는 가능성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둘째 인류가 만든 온갖 첨단 무기 때문에 지구의 종말이 일어날 가능성입니다. 현재 강대국들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만으로도 지구를 수십 번 잿더미로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셋째 환경 악화로 인한 인류 종말의 가능성입니다. 이것은 현대의 모든 인류가 가장 실감하는 현실적 종말론입니다. 온갖 오염물질의 남용으로 생활터전이 파괴되고 공기 및 수질 오염, 땅의 산성화, 오존층 파괴, 특히 최근에 글로벌 이슈가 되고 있는 지구온난화 문제 등은 결국 지구의 종말을 재촉하고 있는 것입니다.
넷째 혜성 충돌의 가능성을 들 수 있습니다. ‘딥 임팩트’ ‘아마겟돈’ 같은 영화들이 그리듯 지구와 혜성의 충돌설 역시 지구 종말의 한 가능성으로 등장한 것이 사실입니다.
요즘 인터넷상에서 떠도는 지구 멸망의 열 가지 가능성은 외계인 침략설, 행성과의 충돌설, 태양 폭발로 인한 재앙설, 지구 극성의 변화설, 대규모 화산 폭발설, 3차 세계대전 발발설, 대규모 테러에 의한 멸망설, 석유 고갈로 인한 멸망설, 일벌들이 사라지는 현상에서 추정하는 기후변화설,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후변화설 등입니다.
이러한 우려들이 종말론의 옷을 입고 등장하는 것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지구촌에서 일어난 지진과 해일, 기상이변, 일본의 원전사고, 미국에서 시작된 자본주의의 위기, 유로존의 붕괴 위기 등으로 인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떠돌아다니는 2012년 12월 21일 지구멸망설은 마야문명을 연구하던 중 발견된 고대 마야 달력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자의적 해석에서 비롯된 것으로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한부 종말론은 왜 생기는가.
이 글에서 저는 주로 일부 기독교 단체들이 주장하는 시한부 종말론의 실상과 허상을 다루고자 합니다. 일부 사이비 종말론 단체들이 주장하는 종말론의 내용은 위의 네 가지 범주에 속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종말을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과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숱한 이단 종파와 사이비 종교단체들이 그런 종류의 주장을 펴며 시한부 종말운동을 일으켜 왔습니다. 그렇다면 왜 그런 사이비 종말론이 활개치게 될까요. 종교사회학적 원인이 무엇일까요.
첫째 타계적(他界的) 신앙이 시한부 종말론의 온상입니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아닌 다음 세상에서 희망을 찾고자 하는 타계적 신앙은 사이비 종말론을 생성시키는 온상이 됩니다. 종교신앙에 타계적인 요소가 전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이 세상을 부정하고 전적으로 저 세상만을 추구하는 신앙은 병든 신앙입니다. 그것은 기독교의 가르침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을 사랑하셔서 구원하시기 위해 아들을 보내주셨습니다(요 3:16).
둘째 신비주의 신앙은 사이비 종말론을 살찌우는 밑거름이 됩니다. 기독교 신앙에도 신비적 요소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영적 체험·환상·계시 등을 가장 이상적이고 지고(至高)한 신앙의 단계로 여기고 절대화하는 신앙은 여러 위험성을 지닙니다. 원시종교에서도 그런 신비 체험이나 영적 체험 현상은 흔하게 나타납니다. 따라서 그런 종류의 체험을 우리의 건강한 이성과 합리성으로 조명하고 객관화할 줄 알아야 합니다. 성서에서는 “이 세상에는 미혹케 하는 영도 많고 악령의 가르침도 많으니”(딤전 4:1) “영이라고 무조건 다 믿지 말고 그 영이 하나님께 속한 영인지를 분별하도록 하라”(요일4:1)고 경고했습니다. (계속)
강영선 한신대 교수